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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국문과 이름바꾸기 기사에 대한 비판

DS2WGV 2005. 7. 11. 00:32
* 나와 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제주도 사시는 교수님이 한 분 계심. 그 분과 메일을 주고받은 내용을 일부 정리하여 올림.

* 약 2일 전쯤 각 인터넷 포털 뉴스란에는 국어국문학과가 이름을 바꾸고 전공과목 중 디지털문화와 관련된 과목을 개설하고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왔음. 그 기사에 대한 비판임. 절대적인 의견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난 의견임을 미리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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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수님.

이 기사, 저도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어제 봤습니다.

기사를 본 첫번째 느낌은, '이름 바꾼다고 취업률 바닥인 국문과가 취업률이 올라갈까?'였습니다. 기사에 대해 썩 좋은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실제 제가 졸업한 과도 1996년경부터 저런 류의 내용을 전공과목으로 올려 놓고 강의를 했습니다. 그 과에 디지털문화 쪽으로 박학하신 교수님들이 몇 계시거든요.

무례하다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학과 명칭이 촌스럽지 않게 바꾸는 데는 동의하지만 단순한 학과 강의 수준으로 이 시대에 맞는 인력을 양산해내는 것까지 연결시키기는 것은 억지라고 생각합니다.

출판, 방송, 미디어에까지 진출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세부적인 실력 차이는 전공 강의가 아닌 경험에서 우러나더군요. 저는 방송작가 계통으로 진입하기에는 준비도 없었고, 너무 시간이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작가의 경우 모두가 계약직이며, 보통은 글을 많이 쓰고 대학 3학년~4학년때부터 방송국 쪽으로 리포터 등을 하여 발을 넓혀 놓은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아주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출판 쪽에서 많이 경험을 하였습니다. 이력서에 잠깐 언급했는데요, 교정, 교열 아르바이트를 대학교 3학년 말부터 했습니다. 요즘도 간간이 하고요. 학교에서 국어학 시간에 배우는 문법만으로는 교정, 교열이 어렵습니다. 대학 4년 졸업한 국문과 학생보고 교정, 교열 보라고 글 던져주면 못 합니다. 자신이 쓴 글마저도 문맥과 맞춤법이 모두 틀려 있습니다. '명색'이 국문과 졸업자인데. 그만큼 무감각하다는 것이죠. 요즘도 가끔씩 아르바이트 소개해 주는 친구 덕택(?)에 그 친구가 일하는 회사 출판담당자들과 전화나 메일로 싸웁니다. 맞춤법, 문맥 가지고요.(그 회사는 사장님이 교정, 교열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교정담당자를 채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그 회사에서 초등학교 국어 계통으로 출판하는 책들은 모두 맞춤법과 문맥이 맞지 않죠. 친구는 초등학교 수학계열 책을 출판하는 부서인데 경영계열 학과 출신이고 독학으로 교정, 교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 회사 국어계통 출판담당자보다 실력이 좋습니다. 이론적 타당성도 충분히 갖고 있고요.)

디지털문화에서, 언제부터인가 어법 쪽은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귀여니' 같은 인터넷 작가들의 글을 보면 아주 쉽게 알 수 있죠. 석사 논문도 그런 쪽으로 해서 자료정리 수준에서 끝냈었는데요.

이름을 바꿔서 손님 끌기 좋은 학과명으로 바꾸느니 그 안의 교수님들이 철저한 자기 훈련을 통해 디지털문화에 익숙해지는 노력을 한 다음 학생들에게 디지털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략을 철저히 훈련시켜 사회에 내보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학과명만 바꾸고 과목 몇 개 개설하면 뭐합니까. 교수님들 대부분이 겨우 컴퓨터나 켜고 끌 줄 아는 컴맹인데. 디지털문화에 익숙해지려면 PMP나 PSP를 다룰 수 있는 수준까지 되지는 못해도 디지털문화의 기본이라 생각되는 컴퓨터와 인터넷은 어느 정도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 그렇다는 것이 문제죠. 디지털 문화의 D자로 모르는 사람들이, 과목을 개설한다고 디지털문화를 강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학생들이 아마 교수들 머리 위에 앉아 있을 것입니다.

저정도 과목은 요즘 대학들이 복수전공의 폭을 활짝 열어놓았기 때문에 신문방송학과 복수전공으로 신청해서 거기 가서 들어도 될 충분한 과목들입니다.

저 기사는 침체된 인문계열 학과-국어국문학과-를 조금 띄워주기 위해-손님(?) 많이 끌어 보라고-만들어낸 기사로밖에 안 보이는군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기사라는 판단이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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