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를 탈퇴했다.
6년이나 몸담고 있던 동호회를.
일반회원으로 들어가 지역운영진, 정회원, 중앙운영진 No.2까지 해봤다.
뭐,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할때는, 이젠 지겨워서 나간다고 했는데, 그건 부차적인 문제고.
나에게 조언을 준 한 회원 덕분이다.

나보다 두 살 많다. 재작년에 자신보다 일곱 살 적은 남자와 결혼을 해서 강원도 춘천에서 아들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나는 그 누나와 함께 이 동호회 강원지역 창단 회원이다.
처음에, 모임 나가면 그냥 잘 챙겨주더라. 동생같아서 그랬나보다 싶었다. 그 누나도 자취중인 회사원이었고, 나도 자취중인 회사원이었다. 성탄절 선물을 줘도 다른 사람들은 정기모임 때 그냥 나눠주는 식으로 끝났는데 나는 따로 불러서 시 외곽의 조용한 찻집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주곤 했다.
(나는 다 그렇게 주는 줄 알고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일곱 살 아래 회원이랑 사귄다는 얘기가 돌았다.
게시판에 사귄다는 식의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그냥, 잘됐다 싶었다.
..
2003년 1월 어느 날.. 둘이 결혼을 한다 했다.
2003년 3월 결혼식 전날 밤..
호프집에서 큰 방을 빌려 같이 놀다가 다들 화장실을 가네, 전화걸러 가네 그러면서 나갔는데 우연히 그 누나와 나랑 둘만 남았다.
누나가 꼭 해 줄 말이 있다고 했다.

사실은.. 나를 좋아했었다고 한다.
몰랐다고 했더니, 그걸 몰랐냐고 반문한다.
좋아해서, 이리저리 잘 챙겨 줬는데 내가 반응이 없더란다.
사실 난 이성관계 쪽으로는 눈치가 없다. 더군다나 99년에 잠깐 이성교제를 하다가 헤어진 이후로는 아예 생각이 없었다. 그냥 팔자에 맡겼다.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일곱 살 아래 녀석이 자신에게 다가왔고, 잘 챙겨주고 이러다 보니 내 생각은 눈 녹듯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까지 왔지만, 이 말은 꼭 해 주어야 할 것 같았었는데, 기회가 생긴 것이다.

사람은,
틈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누나가 나에게 접근했지만, 나에게는 들어갈 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동호회질에 각종 취미-산악자전거, PC튜닝 등-에 빠져 살고 있었기 때문에 주말이고 뭐고 비는 시간은 모두 내 차지였다. 다른 사람에게 배려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만약 그때 내가 약간의 틈이라도 보였다면 자기는 나와 사귀었을 것이고, 결국 내일의 결혼식 자리에 내가 섰을 것이란다.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의외의 얘기였다.

내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공간 또는 틈을 꼭 남겨두라고 신신당부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느 분이 내가 좋다고 한다.
나는 지금 백수다.
나는 가진 것도 없고,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런데 뭘 보고 나한테 마음을 줬을까.
며칠을 고민했다.
지금도 틈이 없다.
공부에 HAM, 산악자전거, 동호회질..
그때 그 누나의 말이 생각났다. 틈을 주자. 빈틈.
마땅히 포기할 것이 없었다. 며칠간 우울해서 공부 하나도 못했다. 근 일주일간을.
그냥 하나를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동호회를 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탈퇴했다.
비밀방에 탈퇴했다고 글 남겼더니 친한 회원들이 전화가 온다. 왜 탈퇴했냐고.

동호회의 좋은 여러 사람이 끊어져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 하나 만날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다가온 그녀 때문에.

-_-; KTX야 도와줘.. 너무 멀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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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불법부착물 단속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이다.

한 마디로 말한다면,

처음부터 적법하게 꾸미지, 왜 처음부터 그렇게 못하고 이제 와서 경찰 나쁜놈, 정부 나쁜놈, 단속 공무원 나쁜놈이라고 욕을 하냐.
차 꾸미는 데 그런 마인드 하나 없이 그렇게 꾸민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조금만 찾아보면, (교통안전공단이나, 법제처 법령검색, 관할 경찰청 홈페이지 등등) 자료는 부지기수로 쏟아져 나온다.
왜 꼭, 해마다 때만 되면, 동호회 게시판에 대고, 제꺼는 단속대상인가요 아닌가요, 이건 단속대상인가요, 아닌가요.. 별 헛소리들 직직 해댄다.

나도 차 꾸밀만큼 꾸몄다, 그러나 절대 적법한 범위 내에서만 꾸몄다. 가끔씩 샾에서 '이거 원래 불법인데.. 잘 안걸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무조건 'No'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적법한 범위 내에서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여기저기 문의를 해서라도 적법하다고 생각해서 했다.

해마다 단속 시작일은 같더라.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해 지지만.
해마다 4월 1일이 자동차 불법부착물 단속일이더라.
6년동안 동호회질 하면서 3월이면 매번 올라오는 글들.
지겹다 지겨워. 차를 공으로 타고 다니냐.
꾸밀 때는 자신만의 확실한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꾸미지를 마라.

이번에는 뭣같은 양카들 다 잡아들였으면 좋겠다.
다 폐차시켰으면 좋겠다.

[대표적인 단속대상]
1.무전기도 없는 주제에 잘났다고 달고 다니는 뽀대 안테나
2.생활무전기 증폭 장착(생활무전기는 출력이 3W로 제한되어 있다. 걸릴 경우, 경찰에 벌금물고, 전파관리소에서 최대 300만원 이하의 벌금+보유한 무선장비 전량 몰수)
3.클리어 후미등 또는 까맣게 칠한 후미등(뒷차 죽이려고 환장했냐. 뒷차는 네가 브레이크 밟아도 하나도 안 보인다.)
4.등화관제법에 명시된 색상 외의 색상으로 이루어진 전구 사용.
5.밖으로 노출된 LED 조명, 언더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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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의 태터툴즈를 열며.
결국.. 돌아오는 곳은 이곳밖에 없더군요.
서버에서 지운 줄 알았는데, 안 지웠네요.
0.951로만 업그레이드 하고 다시 열었습니다.
기존에 남겨졌던 좋은 글들은 저작권 문제로 인해 삭제하였습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는 죄송하게 됐습니다.

오늘..
근 6년간 동고동락하던 동호회를 탈퇴했습니다.
물론, 뒷구멍은 남겨놨지요.-_-; 자료를 빼오기 위해.
이제는 식상했어요.
4년동안 거의 한 달도 안 빠지고 나가던 정기모임부터,
6년동안 네 번이나 참석한 전국모임.
매일 똑같은 글 올라오고 똑같이 답해주는 앵무새 생활 6년.
고수회원이기 보다는 앵무새, 로보트일 따름이었습니다.
이제는 매일 똑같은 사람들에, 아니면 얼굴만 바뀌고 매일 올라오는 똑같은 글들에 똑같이 답해 주기에 너무 지쳐버렸네요.

태터 이전에 만든 작은 모임.
그건 살아남았네요. 망할 줄 알았는데, 여기 말고 비밀방을 만들었거든요. 어떤 필터링도 없이, 아는 사람끼리 하고싶은 말 다 하는 방.
여섯 명이나 되었죠.
하지만, 거기에도 하지 못할 말들이 있어서 다른 방을 생각하게 되고, 근 일주일간 생각해 보니,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태터가 가장 낫더군요.
싸이는 생각도 안하고요. 전 안티 싸이라.-_-;
작은 소망을 적는 방으로 남아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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