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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친구의 혼인사진을 보정하면서

DS2WGV 2005. 12. 9. 02:23
지난 10월 초에 혼인한 친구의 사진 90여장을 보정했다.

기념사진첩 두 권은 양가 부모님에게 드리고 자신들은 다른 사람들이 찍어서 보내 주는 디지털카메라 사진으로 대신한다고 한다. 딱딱한 마네킹처럼 서서 찍는, 아니면 억지로 미소를 자아내며 찍어대는 기념사진보다는 훨씬 생동감있다는 의미에서이다.

나는 이런 사진을 2번에 걸쳐 찍어봤다. 지난 2003년 초에 한 번. 이번에 한 번. 2003년에는 웨딩사진촬영에서부터 혼인일 전 술자리, 혼인식, 혼인식 후 뒤풀이까지, 후배 하나와 함께 쫓아다니며 찍었다. 흔들려서 버린 사진 빼고도 350장 가까이 나와 보정하느라 애먹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사진들을 CD에 담아 당사자들에게 전해 주고, 그들이 컴퓨터로 보면서 이런 장면이 있었나 하면서 재미있게 보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잘나고 비싼 카메라도 아니고 남들이 보면 초 허접 울트라 구형인 기종으로 찍지만(Nikon E2500) 초점만 잘 맞으면 잘 찍히므로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열심히 찍는 연습을 한 결과를 혼인식에서 보이는 것이라고 할까.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자들이 말한 '사진 잘 찍는 방법'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카메라 탓하지 말고 열심히 찍어라. 그 방법 뿐이다.)

이번엔 고등학교 동창놈이 그 대상이었다.
보정을 하면서 예전 혼인식 사진 보정 때의 생각이 난다.
그때나 이때나 혼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혼인이란 무엇인지. 그때는 이성에 대한 생각도 많았고 나도 남들 보란듯이 멋진 커플로 거듭나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이성교제→혼인=불행'이라는 등식하에 일체 끊고 살지. 아니, 억지로 끊는다기 보다는 아예 생각이 없다. 나 하나 보전하기도 어렵고 나 하나 즐겁게 살기도 어렵다.
때가 되면, 運이 닿으면 하겠지만 억지로 인연을 만들어 나갈 생각도 없으며 강압에 의해 해 볼 생각도 없다.

혼인할 때는 다 좋아 보인다. 저 사람들이 저렇게 웃고 있는데 정말 좋은 것일까, 아니면 순간의 환각에 빠져서 저렇게 웃고 있는 것일까, 남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축하해 주니까 괜히 좋아져서 그러는 것일까. 현실은 행복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행한 일도 존재하고 화나는 일도 존재한다. 두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면 된다지만 요즘엔 두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도 극복하기 어렵다. 왜냐고? 불경기니까.

한 사람을 만나고, 한 사람을 사귀게 될 때에는 신중함과 냉철함이 필요하다. 가슴설레는 느낌만 가지고 사귀는 시절은 지났다. 그렇다고 계산적으로 되라는 말은 아니다. 이것저것 따지고 재어 보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눈이 멀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않고 사귀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먼 미래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내다보고 사귀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줘라..훗~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다. 나에겐 남까지 행복하게 해 줄 의무는 전혀 없다.

사진 보정하면서 별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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