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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프로펠러 머그컵! 절대 사지 마시오!

DS2WGV 2005. 8. 29. 15:29
프로펠러 머그컵을 까발린다!

지난 5월 어느 날, '바보사랑'이라는 생활소품 쇼핑몰에서 이놈을 발견하게 되었다.
커피류의 차를 자주 타 먹어서 정말 괜찮겠다 싶어서 고민고민 끝에 구입을 하였다.

프로펠러 머그컵의 외관


겉모습은 영락없는 머그컵류이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프로펠러가 있다.
스위치는 손잡이에 달렸다.

안을 유심히 잘 보시라.


그건 바로, 컵 바닥에 모터가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발상 하나는 정말 좋았다. 숟가락 젓기도 귀찮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

이런 식으로 바닥에 AAA 건전지 2개를 넣게 되어 있다. 이놈이 동력원.


물건이 왔다.
일주일간 세 번 타먹고 작동 정지다. 아~ 중국산 싸구려 건전지가 들어 있어서 그런가보다. 다 닳았겠지. 건전지를 바꿔보자. 근처 가게에 가서 국산 알카라인 건전지를 사다가 끼웠다. 어라? 작동이 없네?

열받았다.
구입한 '바보사랑'에 전화했다. 제품 박스가 없어서 못 바꿔주네 안 바꿔주네 실랑이하다가 1:1 교환으로 갔다. 너네는 물건 사면 1주일 동안 포장박스 보관하니?

3일 후, 새 물건이 왔다.
일주일 썼다.
또 섰다. 스위치 누른 상태에서 젓가락 같은 것으로 프로펠러를 툭 쳐 주면 돌아간다. 그런 식으로 3일 정도 썼다. 아예 섰다.

어차피 버릴 물건, 바빠서 한 달간 내팽개쳐 뒀다가 오늘 완전분해를 해 봤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닥을 까고 볼트를 모두 푼 상태


바닥 뚜껑을 깠다. 가운데가 모터.


원리는 20여년 전 만들어서 놀았던 프라모델 탱크의 구동원리와 다를 바 없었다.

바닥을 컵 본체와 분리한 상태. 프로펠러가 보인다.


프로펠러는 생각보다 잘 분리되었다. 원래는 컵 안에 있겠지. 밑에서 바닥을 잡아당겨 빼면 컵 속에서 톡 하고 그냥 빠져버린다. 재질은 플라스틱. 위 사진은 다시 끼워놓고 찍은 것이다.

모터를 바닥에서 분리한 모습


모터를 컵 바닥에서 분리해 봤다. 두께 1.2cm, 지름 약 2.5cm 정도의 초소형 모터이다. 사진에서처럼 모터 위에 고무패킹이 씌워져 있다. 고무패킹은 아마도 컵 바닥과 모터 사이에서 방수 역할을 해 주는 것인 듯 싶었다.

고무패킹을 분리했다. 그리고 할 말을 잃었다.

누런 녹이 보이는가?


모터 가운데에 누런 녹이 보이는가? 접사 내공이 없어서 저 정도밖에 찍지 못했다. 실제로는 뻘건 녹이 엄청나게 끼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옆의 누런 것은 고무패킹 안쪽의 녹이다.
결국 고장의 원인은 방수불량. 물기가 계속 아래로 흘러들고 모터는 그 물기에 의해 고장이 나고, 그 자리는 녹이 슬고. 그 녹이 다시 컵 안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고무패킹 하나로 방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의외였다. 허술한 제조지.

두 번째, 컵 내부 플라스틱에서 악취가 난다. 악취라기 보다는 마치, 초등학교 때 고무판화를 하기 위해 문방구에서 산 고무판에서 나는 듯한 냄새. 요즘은 주로 싸구려 플라스틱에서 나는 냄새라고 해야겠다. 분해하는 내내 그 냄새에 중독되는 줄 알았다.-_-;
컵 바닥에 물을 묻히지 말라는 설명서 때문에 컵 내부는 조심스레 열심히 닦았다. 세제까지 동원해서. 그런데 냄새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집에 이런 식으로 된 일반 머그컵이 있다. 4년 가까이 썼다. 밖에는 금속성, 내부는 플라스틱. 'made in Korea'라고 찍혀 있다. 세제로도 잘 닦이고 이런 냄새 절대 안 난다. 무취에 플라스틱 표면에 반짝반짝 광도 난다. 대체 이것은 어떤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인가?

판매사는 한국인데, 'made in China'이다. 중국산이 다 그렇지 싶었는데 이것은 정말 너무했다.
4년 쓴 한국산 머그컵과 1주일 쓴 중국산 기능성 머그컵.
숟가락으로 젓는 것까지 귀찮아서 19,800원이란 돈을 중국산에 투자한 나 자신이 정말 부끄럽다.

프로펠러 머그컵의 발상이 기발해서 유용할 것 같아서 사기를 원하시는 분은 절대 사지 말기를 바란다. '바보사랑'의 제품 평가 댓글은 절대 무시하기 바란다.(사실, 그 사이트의 댓글의 대부분은 마치 아르바이트생이라도 쓰는 듯 '좋아요~', '너무 좋아요~' 일색이다. 제품 상태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나 평가식의 글은 거의 없다. 사용기로서는 0점인 댓글들 뿐이다.)

다 분해했으니 이제 분리수거 통에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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