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家翁

19번째 일본여행 후기 본문

일본여행

19번째 일본여행 후기

DS2WGV 2023. 1. 17. 22:44

이렇게 7박 8일의 여행기를 사진까지 곁들여서 적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역병기 이후 어렵게 나간 여행인데, 과거의 여행과 다른 점이 많이 보여서 글을 남기고 싶었다.

난 원래 이런 것 때문에 미친듯이 일본에 가기 시작했다.

난 원래 이런 것 때문에 미친듯이 일본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 시작점은 1995년이었고, 그때는 필카를 들고 나가서 찍어온 사진 200여 장 중에 100여 장이 車 사진이었다. 현대가 미쯔비시 차를 열심히 베껴다 만들 무렵부터 일본 車에 관심이 많았다.

그게 관심의 시작이었고, 지금까지 이렇게 나가게 된 거다.

이제는 장식장까지 사들일 정도로 모형이 많아졌다. 모형의 대부분이 일본차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역병기는 수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신사이바시의 수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내가 쇼핑으로 즐겨찾는 도큐핸즈와 조신키즈랜드도 쪼그라들었고, 내가 즈즐겨찾던 이자카야도 다 없어지고... 우리도 그렇지만 일본의 경제상황은 더욱 위축되었다.

한편으로 나는 집에서 수많은 책을 읽었다. 모두 일본에 관한 책.

과거와 지금의 일본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그런 어려운 상황이 모두 극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변화한 나의 생각.

이제는 대도시는 안 갈 것 같다. 이게 가장 큰 변화다. 오사카 14회라는 경험을 통해서 질려버렸다. 사실 필요한 물품은 직구나 구매대행이 편해져서 큰 의미가 없다.

먹을거리? 일본의 달고 짠 음식은 내게는 별로다. 과자, 빵 등등... 솔직히 훼미리마트의 타마고산도도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짜고 달아서 별로였다.

대신 관심이 폭증한 부분이, 온천, 경치, 역사. 이 세 영역이다.

대부분 온천 하면 규슈와 간토, 도호쿠 지방을 많이 꼽는데, 간사이도 찾으면 많이 나온다.

여름 휴가 때에 오게 된다면 온천만으로 짜서 올 계획이다.

역사...하면 당연히 간사이다. 도래인이 정착해서 만든 새로운 세상. 그게 오사카, 교토, 나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좋아한다. 유홍준이 그릇성애자여서 한국 그릇 비하하는 것은 정말 재수없고 꼴사납지만, 한일관계사 및 일본사 쪽으로 여러 유적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은 정말 유용하다.

덕분에 남들 안 보는 데까지 가서 보고 책으로 본 의미를 눈으로 이해하고 와서 정말 유익했다. 아직 다 못 보았다는 게 아쉽지만.

다음에 휴가를 길게 잡는다면 역사와 온천과 경치를 혼합해서 다시 찾고 싶다.

그 다음, 역사만으로 규슈를 다시 찾고 싶다. 4년 전의 도자기마을 찾기는 절반의 성공이었으므로, 하나의 성공으로 만들고 싶다.

 

두 번째 변화한 생각.

이번 여행에서 솔직히 큰 변화는, '의사소통'이라는 가장 큰 장애의 극복이 아닌가 싶다.

역병기 4년간 열심히 공부한 일본어가 큰 역할을 했다.

현재의 일본여행에서 더욱 장애가 되는 건 한국어 메뉴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체크인도 일본어로 했고, 심지어 몇몇 식당에서는 메뉴도 일본어로 보고 주문했다.

길 가다 모르는 게 있으면 그냥 일본어로 물어보고 일본어로 알아들었다.

일본인 친구 내외를 만났을 때에도, 5년 전에는 친구가 한국어 전공이니 내 말을 친구가 일본어로 통역해서 친구 아내에게 전하곤 했는데, 이제는 셋이서 아주 자유롭지는 못해도 의사소통은 다 한다. 일본어로.

일본여행을 하는 데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 사라진지라, 7박 8일 내내 마음이 편했다. 일본어 공부는 계속 같이 가야 할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일본어를 알기에 당분간은 여행가는 것을 미루지 않을까 싶다.

일본은 여행 둘쨋날(1/6) 제8유행기에 진입했다. 고령층 사망자가 급증하고, 몇몇 현에서는 병상이 역병환자로 꽉 차고 넘치는 상황이 속출했다. TV에서는 확진자가 있으면 의료기관에 제발 신고해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신고하고 집에 있으면 약을 배달해주겠다고까지 나왔다.

설연휴 때에 고향에 가느라 이동이 있었고, 젊은층 접종률이 낮아서 퍼지는 것 같다고 하지만 그거로는 타당성이 약하다. 그들도 뭔가 알 수 없는 문제라는 분위기였다.

나 또한 셋째날(1/7)부터 감기기운이 있었다. 역병주사도 안 맞았고, 작년 4월에 징하게 오미크론을 앓아서 극도의 공포감이 밀려왔다. 바로 구스리에 가서 약을 사다가 먹으면서 모든 동선을 축소했다.

다행히 1/9에 아리마온센에 가서 온천욕을 하면서 급격히 나아졌지만, 공포감은 여전했다. 왜? TV를 틀면 방송이 나오니까. 방송을 알아들으니까.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싸다고 좋다구나 와서 돌아다니는 분들이 때로는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걸 알아듣고 나니 당분간은 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번째 일본여행 계획은 아직 세운 것이 없다.

역병이 좀 잦아들면 그때 생각 좀 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때까지 또 수많은 일본 관련 책을 읽지 않을까 싶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