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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불쌍한 햄스터

DS2WGV 2005. 11. 9. 16:27
점심이 좀 늦어져 오후 세 시쯤 먹고 집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층에 올라가 있어 눌러서 내리기 귀찮아(^^;) 계단으로 터벅터벅 내려왔다. 그런데 1.5층에서 초등학생 여자애 셋이서 과자상자에서 뭔가를 꺼내더군. 살아서 꼬물꼬물하던데..

지나쳐 내려가는데 '상자는 어쩌지?', '그냥 여기 버려~'하길래 눈치를 주려고 안 내려가고 서성이는데 내가 있는 것을 눈치를 챘나 보다. 상자도 싸가지고 내려가더군.

그런데 갑자기 막 뛰어들어 오더니 서로를 쳐다보면서 놀란다.

1층 계단에 햄스터가 피를 흘리면서 죽어가고 있더군.-_-;

손가락 두 개 만한 굵기의 어린 놈이었다. 작은 손가방에 넣어 두고 지퍼를 안 잠가서 뛰어내려가는 통에 튕겨져 나왔나 보다.

슬슬 도망가기 시작..

다 잡았다. '야~ 너네 어딜가? 너네가 그랬으면 치워놓고 가야지!'

'너네가 잘못해서 이런 거잖아. 얼른 치워!'

서로가 딴전..

마침 동네 아줌마1 등장. 엘리베이터 타면서 '아유~ 뭐야~ 얼른 치웟!'

입구에 벼룩신문이 쌓여 있길래 그거 들고 오라고 했더니 말을 안 듣네.

조금 뭐라 그랬다.
그랬더니 마지못해 하나가 가서 들고 왔다.

'치워.' 그랬더니 무섭단다...-_-;

그때 2층에서 동네 아줌마2 등장. 액션의 진수..

'이게 뭐야? 아유.. 얘들이 왜이래..우웩...' 갖은 헛구역질에 온몸을 비비 틀고.. 생쑈를 하시네.-_-; 나까지 애들로 몰아서...-_-; 같이 도와서 치워주려고 하지는 못할 망정 어이가 없더군. 우리 동 사는 아줌마들이 싸가지 없기로 유명하긴 하지만 정말.. 심하더군.

애들 보채서 얼른 치웠다. 휴지가 없다고 해서 가까운 경비실까지 뛰어갔었는데 아저씨가 안 계시네.(우리 아파트는 무인출입문이라 경비실이 붙어있지 않음.)

갔다 오니 벼룩신문 뭉치 두 개 사이에 겨우 올려 놓고 셋이서 쿨쩍쿨쩍 눈물을 짜고 있더군.

'야, 얼른 들어. 가서 묻어주던지 해..'

그랬더니.. 들지를 못하더군. 신문지에 고이 싸서 애들 손에 들려주고 계단에 묻은 피도 신문지 찢어서 싹 닦아냈다.

그래도 경우는 아는 애들이었나보다.

'고맙습니다'라고 연신 인사를 하더군.

묻어준다고 아파트 뒤뜰로 가더군.
신문지를 드는데 채 온기도 가시지 않았더군.

애들이란 참...
책임감 없이 저질러 놓고 튀는 것은 야단칠 만하지만,
애들을 탓하지도 못하겠고..
씁쓸하네.

사무실에 와서 보니 손에 좀 피가 묻어있더군.
화장실에 가서 씻어내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햄스터가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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