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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건 아니다 싶은' 사람 이야기.

마땅히 글 제목으로 정할 게 없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정해 봤다.

최근에 어느 한 사람 때문에 기분이 크게 상하고 그 사람이랑은 되도록 상종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준 사람이다.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준 데 대해서는 감사하고 있으나, 문제는, 그 자의식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좀 어렸을 때는 자의식이 너무 강했다. 강하면 부러진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부터 겸손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뭐 겸손이랄 것까지 있나. 고개 처박고 조용히 있으면 되는 거지.

이 사람은 이 분야의 자칭, 타칭 "전문가"라 칭해졌었다.
그런데 너무나 강했다. 자신 말고는 우리나라에 자신과 대적할 자가 없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뜻대로 따르는 사람이 아니면 다 나쁜 놈이라 했고 여기저기 자신과 말이 통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붙잡고 욕하고 다녔다.
물론 그 욕에는 자신만의 합리성이 깃들어 있었다. 즉, 내가 말하는 것은 욕이 아니다. 저놈은 원래 인간성이 글러먹은 놈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사기만 치고 다닌다. 난 당신들이 저놈한테 사기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 주는 것이다. 라고.
어찌됐던 험담이다.

항상 그는 善이었고, 자신의 말과 反하는 사람은 惡이었다. 세상에 때려죽여도 모자랄 놈들이었다.
자신의 말만이 진리였고, 남의 말은 헛소리나 다름없었다. 자신은 진리이므로 다른 사람의 말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과 관련된 기계를 살 일이 있었다.
좋은 기계를 고르는 방법을 가르쳐 주거나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자신이 고른 기계만이 최고 좋은 기계이고 내가 아무리 가르쳐 줘도 넌 모른다고 했다.
나는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꽤 쓸만한 기계를 구했다.
그러고 나서 이 사람에게 보여줄 기회가 생겼다.
보여줬더니 하는 말, '왜 나한테 한 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샀느냐. 나한테 물어 봤으면 괜찮은 기계를 골라줬을 텐데.'

아,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 느낌 1.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서는 간이라도 빼어 줄 것처럼 살살거린다. 이렇게 해서 약속이 잡히면 그때부터는 계속 독촉이다. 자칭 컴퓨터 독학으로 1인자라 했다. 십수 년 동안 장사도 해보고 수리도 해 본 나로서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을 실력이다. 요즘 애들보다 못하다. 어쨌든, 다시 겸손해 져서, 해 주기로 약속한 것, 마저 해 줘야지.
해 줬다.
그런데 2시간만에 망가뜨렸다. 자칭 '컴퓨터 독학 도사'가 말이다.
안 해 줬다. 여기저기서 물어다 고쳤나보다.
며칠 전에 여러 지인들과 같이 그 집에 갈 일이 생겼다. 마침 가니 한 지인이 그 분의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하고 있었다. 결국 못 고쳤다. 나는 내가 손댄 부분이 있으니 그 지인에게 알려줬고, 결국 그 분도 그냥 포기했다. 나와 그 지인 둘이 내린 공통의 의견은, '포맷합시다'.
그 때, 그 사람은 여러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

"컴퓨터 못 고쳐서 포맷하자고 하는 사람은 컴퓨터 진짜 실력없는 사람이라던데?"

나와 그 지인 둘 다 어이없는 웃음으로 넘겨버렸다.
그럼 이제 니가 고쳐서 써. 달라붙지 말고.

아,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 느낌 2.

이 사람이 한때 운영하던 홈페이지가 있었다.
단일 기계 조작 관련 사이트 치고는 꽤 많은 회원을 보유한 홈페이지였다.
회원수가 2,000여명에 달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1,900여명을 쳐 버렸다.
이유는,
아무도 글을 안 올리니까.
자신의 글을 퍼다 나르니까.(훗~ 자신의 글 퍼다 나르는 건 발끈하면서 나한테 내가 내돈 박고 쓰는 정품프로그램 복사해 달라는 것은 뭐하는 짓이지??)

현재는 평균 45~50명대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본의 아니게 거기 관리자로 있다.
며칠 전 뭐뭐뭐를 하고 거기에 참석 안한 자들을 전부 자른다길래, 뭐뭐뭐가 끝난 뒤 3일 후에 전부 쳐 버렸다. 다음 날 전화가 왔다. 회원들 다 어디갔냐고.
"자른다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잘랐어요."
누구를 잘랐냐고 한다.
"몰라요. 집에 명단이 있어요."(회사였음)
막 난리다. 거기 회원중에 아동문학가에 교수 출신 회원이 있는데 어쩌고 저쩌고, 나 그분한테 결례가 되는데 어쩌고 저쩌고, 아동문학가에 교수 출신인데..

머 어쩌라고. 교수 나부랭이가 뭐 어쨌다고. 아동문학가가 뭐 어쨌다는 거냐. 여긴 기계 전문 사이트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웃기지도 않아서 미안하다는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 내가 미안하다고 할 이유도 없지만.

아하,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 느낌 3.

사람들이 왜 이 사람하고 친하지 말라고 하는지 이제야 슬슬 알 것 같았다.
난 그래도 이 사람은 그런 사람 아니라고 (우기지는 않았지만) 말했는데, 이제 대충 알 것 같다.
다른 지인이 나에게 말한다.

얼른 발 빼라고. 똑같이 욕먹고 싶지 않으면 얼른 발 빼라고 말하더라.
세상을 알만한 나이인데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내가 설득한다고 들어먹을 사람이면 벌써 고쳐졌겠지.

이런 사람 정말 조심해야 한다.
이 사람을 알게 된 지 3년만에, 이 사람은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휴, 생각하는 것만 조금만 바뀌면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살텐데.
역시 단단하면 부러진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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