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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사무소 콜북에 대한 단상. 본문

HAM 短想

서귀포사무소 콜북에 대한 단상.

DS2WGV 2006. 5. 27. 12:52

최근 연맹 게시판에서 쟁점화되고 있는 건.
서귀포사무소 콜북 폐쇄에 대한 내용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식으로 보여 참으로 안타깝다.

국내교신을 주로 하시는 분들이나 HAM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연맹 callbook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서귀포사무소 콜북이다.
*주) 국내교신은 교신같지도 않은 유치한 장난이라고 말하며 DX를 신봉하는 분들은 국내용 콜북을 꽤 무시하던데, 너희들과는 상대하기 싫거든? 절루 가.
나는 처음에 접한 콜북이 HAM2000이었다. 돈 주고 정품 구입했다. 지금도 잘 쓴다.
그 다음 접한 콜북은 연맹 정회원명부였다. 이 두 개로 전부 해결될 줄 알았지만, 연맹 정회원명부는 자료의 갱신이 1년에 한 번뿐이라 자료의 신뢰성이 많이 떨어졌다. HAM2000은 그보다는 훨씬 낫지만, 사용자가 새 DB로 업데이트하지 않는 게으름을 피우면 자료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서귀포사무소 콜북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걸 처음 알았을 때가 QRZ.com을 알게 되었을 때와 비슷한 시기를 유지한다. QRZ.com이 국제용이라면, 서귀포사무소 콜북은 국내용이다. 연맹 정회원, 준회원 관계 없이 누구나 공유하고 교신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시간 콜북.

그러던 어느 날, 연맹 홈페이지가 개편되면서 연맹 콜북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개인신상정보 보유 등과 관련한 정보통신망법을 철저히 지키면서 새로 등장한 콜북. 뭐, 인터페이스는 깔끔하다. 일종의 보안장치인 '로그인' 제도를 도입한 콜북. 좀 불편하긴 하다. 정회원 명부의 온라인화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서귀포사무소 콜북의 적법성 논란이다. 맞다. 연맹이 지키고 있는 정보통신망법에는 분명 어긋난다. 그래서 법적 책임이 불거졌을 때를 대비하여 서귀포사무소 콜북을 폐쇄조치하려는 것은 십분 이해한다. 아래 사람이 잘못한 것을 책임지고 싶어하는 윗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앞에서 얘기했던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점. 그간 HL0HSE는 이런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연맹 콜북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연맹측에 서귀포사무소 콜북을 연맹 콜북화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때마다 연맹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더니 어느날 갑자기 '짜잔~'하면서 나타나서 우리가 최고이고 우리가 합법화된 콜북이니 너네는 폐쇄해라, 한 연맹에 두 개의 콜북은 필요없다,('한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필요없다'와 유사하게 들림.) 모월 모일까지 폐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제거하겠다. 뭐 이런 식으로 나오고 있다.
무조건 연맹 본부에서 처리해야지만 합법적이고 정규화된 것인가. 기존 연맹 산하 지부에서 운영하는 것을 흡수하여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도와 준다고 말할 때는 어디 가서 딴짓하다가 이제 와서 '우리도 너네 것이랑 똑같은 것으로 더 좋은 것 만들었으니, 너네는 불법이니 나가라'고 하는 태도가 어이없을 따름이다. 불법화시키기 이전에 왜 연맹 차원에서의 흡수 지원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교신하다 들어보면 연맹 콜북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서귀포사무소 콜북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연맹에서 제시하는 연맹 콜북의 방대함에 대해서는 난 잘 모르겠다. 연맹에 없는 목록이 서귀포사무소 콜북에는 있었으니까.

난 뭐, 연맹을 싫어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정책도 잘 모른다. 교신에 도움을 주니까 연 48,000원이라는 회비를 내면서 남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경직된 태도를 유지하는 연맹의 입장이 마음에 들 리는 만무하다. 연맹은 한국 HAM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단법인체이다. 그렇다면 기존에 유지되고 있는 정책이나 제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내고 어려움이 있을 때 감싸줄 수 있는 그런 단체가 되어야지, 장애를 주는 단체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한다.

연맹 콜북은 없어져도 좋다.
하지만 서귀포사무소 콜북이 없어지는 것은 정말 싫다.
개인 서버로 옮겨서라도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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