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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과 비슷한 행각을 벌이다. 본문

HAM 短想

간첩과 비슷한 행각을 벌이다.

DS2WGV 2005. 5. 11. 02:41
어릴 적 만화를 보면, 간첩들은 캄캄한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라디오같은 것을 꺼내 놓고 가만히 들으면서 받아 적는다. 모르스 부호를.
이것이 우리 어릴 적의 '간첩'의 상징이었다.
왜 그들은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같은 데에 나오는 세련미 넘쳐 보이는 첩보원 형식이 아니라 구질구질한 방구석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린 채 첩보활동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을까.
에구. 이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지.

하여튼, 요즘 나는 그 '간첩'과 비슷한 짓을 하고 있다.
어두컴컴한 독서실에서, 내 책상에만 스탠드를 켜 놓는다.
imp-700을 꺼낸다.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play버튼을 누른다.
워드파일로 출력한 원고지에 받아 적는다.
...
딱 간첩 아닌가?

에효..-_-;
전신3급 수신테잎 국문용을 mp3로 변환해서 CD에 구워서 mp3cdp(imp-700)에 넣고 듣는다.
미친다 미쳐. 안 들린다.
중학교 1학년 때 듣던 시사중학영어 테잎보다 더 안 들린다.
돈과 쓰 소리만 불규칙적으로 반복된다.
한 10분 들으니 얼굴이 벌개지고 속터진다.
줄줄 외워 쓰고 간판이니 뭐니 글만 보면 입으로 줄줄 (전신 부호로)말하는데, 왜 들으면 안 들리냔 말야!!
애꿎은 imp-700만 몇 번 들었다 놨다… 더 열받았으면 집어 던졌을 수도.-_-
10분 듣고 원고지에 받아적은 것 한 5분 보고 전신부호 잘 안들리는 것 표 보면서 다시 익힌 다음 다시 또 10분간 들으면서 받아적는다.
한 세 번 반복하니 대충은 잡힌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겹지만 지금 놓으면 평생 못한다.

에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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