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家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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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었던 문콕 사건 [해피엔딩]

DS2WGV 2022. 5. 4. 22:35

역병+역병 후유증으로 15여일간 개고생하다가, 오랜만에 학원에 갔습니다.

열심히 걸어서 도보 20분 거리의 학원에 딱 닿았을 무렵...

폰에 프라이버시콜 전화가 4통이나 들어와 있더라고요.
(프라이버시콜 : 차에 내 전화번호 가리고 대표번호로 연결돼서, 다른 운전자가 거기에 전화해서 내차번호 입력하면 내게 문자나 전화로 연결되는 서비스. 월 1천원꼴인데 삼성카앤모아카드 연간 100만원 이상 쓰면 1년 무료라 잘 쓰고 있음)
왜 못 받았지 생각했는데, 그때가 집에서 나와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던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뭔일인가 전화를 드렸더니

어느 여자분이

"저... 4XXX 차주분이시죠? 정말정말 죄송한 말씀 드리려고요.
옆에 주차했는데 우리애가 내리면서 문콕을 세게 해서 손잡이 페인트가 많이 벗겨져서 연락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프라이버시콜인데 연락이 안 되어서 관리사무소 통해서 댁으로 찾아뵙고 사죄드리려 했습니다."

이러시더군요.
그러면서 아래 사진을 폰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조수석 뒷문 손잡이 끝부분에 흠 같은 게 보입니다.

근데 제가 세차 안 한 지 1년이 되어가서 저게 흙비 먼지인지 뭔지 식별이 안 됩니다.ㅠㅠ
어쨌든 확인하시고 연락달라 해서 학원에서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별거 아닌거 같은데... 하고 말입니다.
물티슈 들고 내려가서 다 닦아봤습니다.

물티슈로 박박 밀어봤는데

전 개눈깔인지 식별이 안 됩니다.

가해차는 옆에 세우셨겠지... 하고 보니 쥐색 벤츠 C200이 있습니다. 같은 동 저희집 라인 주민분 맞습니다.
30대 초중반 여자분... 애 둘 있고... 몇 년 전에 임시번호판으로 출고되어서 지하주차장에서 힘들게 후진주차하는 거 퇴근길에 몇 번 구경(?)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분께 전화드렸습니다.

 

나 : 혹시 옆에 세워놓은 벤츠 차주분이신가요?

벤츠 : 네, 맞아요. 오셨으면 제가 내려갈게요.

나 : 아뇨아뇨. 전 안 보여요. 됐어요. 괜찮아요.

벤츠 : 아니에요. 저희 애가 문콕하고 제가 만져보니 벗겨졌어요. 도색 다시 해 드릴게요. 그거만 안 되면 문짝 싹 도색해 드릴게요.

나 : 어우... 뭐 그렇게 안 하셔도 돼요. 원래 도장은 문짝 하나만 하면 차체 전체랑 도장이 안맞아서 안 해요. 그리고... 그걸 떠나서 굳이 할 필요도 없어요. 전 안 보여요. 이 정도는 운전하다가 돌 튀어도 충분히 나오는 거예요. 괜찮습니다.

벤츠 : 아... 저는 손으로 만지니 페인트 굴곡이 많이 느껴져서 해 드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수리 받으세요. 제가 잘못한 거니 고쳐드릴게요.

나 : 아녀요. 그만한 수준도 아니고, 저는 정말 안 보여요.^^

벤츠 : 정말 안 하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정말 죄송해서 전화드렸어요. 괜찮으시다니 정말 대인배시네요... 죄송합니다.

나 : 아녀요. 내일 어린이날인데 애 너무 야단치지 마시고, 애 놀랐으면 달래주시고 그러세요. 찜찜하시면 살짝만 주의주시고요.

벤츠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나 : 괜찮아요.^^

 

늘 다니던 길이 트레일러, 덤프트럭이 많이 다니는 구간이었던지라 돌콕도 많았고, 짱돌 맞아서 범퍼 깨져서 수리한 적도 있고 해서 문콕, 돌콕은 크게 신경 안 씁니다.

 

전 뭐 그냥...
개눈깔입니다.ㅋㅋ

근데 세차 맡기긴 해야겠더라고요. 누가 보면 버린 차인 줄 알겠어서 득달같이 프리미엄세차 전화해서 예약 걸었습니다.ㅎㅎ

학원까지 다시 열심히 뛰어와서 조금 쉬다가 수업 들어가려던 찰나,

그 벤츠 차주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지금 집 앞인데 댁에 계시냐고요.
학원이라 21시쯤 들어간다 했더니,
문앞에 빵이랑 과일 놓아두고 간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급하게 사오느라 포장이 부실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아휴... 뭐 이런 걸 다... 미안하게...
그랬더니

"먼저 베풀어주셨잖아요. 저도 뭐라도 감사인사 안 하면 계속 미안할 거 같아서요"

라고 말씀하시면서 옆에 아이 소리가 나는데 그 아이에게 "고맙습니다~ 인사해야지" 시키더라고요.
여자아이가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 하더라고요.
그럼 감사히 먹겠다고 하고 전화 끊고
제 폰의 SK쉴더스 홈도어가드 앱으로 살펴보니 아이들 둘 데리고 올라오셨더라고요.

집에 와 보니 롤케익이랑 오렌지, 참외를 사서 놓고 가셨더라고요.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제가 딱히 한 건 없는데 말이죠. :-)

이런 분들도 계시구나... 싶었습니다.

나름 훈훈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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