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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옆집 때문에 119 출동한 이야기

DS2WGV 2021. 8. 17. 08:07

어제 참 어이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저희는 780세대 규모의 부천 상동 ㅈ마을 ㅎ아파트단지에 삽니다.


옆집이 좀...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대인기피증이 매우 심합니다.

승강기를 놓고 두 세대가 마주보는 구조의 아파트입니다.

보통, 승강기 타고 외출할라고 나오다가 같이 문 열고 나오면 서로 인사하는 게 맞는데, 저희랑 눈 마주치면 바로 문 닫고 걸어잠그고 들어가 버립니다. 저희가 1층에 내려오면 그때 승강기 끌어올려서 타고 내려옵니다.

몇 달 전에 벽간소음이 있어서 편지로 좋게좋게 하다가 안 돼서 벽을 좀 쳤습니다.(가벽이 좀 부서짐) 결론은, '아들이 대학생이고, 아들 방에서 소음 나는 거 당연한 거 아니냐'라고 해서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소음 줄일 생각은 안 하고 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 대서 말이죠. 하여튼 그 이후에 야간 소음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바로 복수를 시전해서 좀 난감했습니다.

김치하느라 배추다듬고 마른잎들 쓰레기봉지에 1시간 내놨는데 냄새 심하다고, 옆집(우리집)에서 쓰레기 무단투기했다고 관리사무소에 신고한 거죠. 나중에 관리사무실 직원들을 닦달하니 옆집이 신고한 거를 알게 되었죠. 하여튼, 냄새 안 나는 것을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확인했습니다.

최대한 상대 안 하려고 하는데 일이 터졌습니다.

어제 15시쯤 저희집 현관문 보조키 건전지가 다 되어 교체하려고 나갔는데, 어디선가 종이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나더라고요. 저희가 꼭대기층(18층)이어서... 17층 내려가봐도 정상, 옥상출구 통로 올라가봐도 정상. 그래서 일단 저희집 안의 가전제품들을 다 점검하고 그냥 있다가 30분 뒤에 나가봤는데 더 심해져서 관리사무소 당직직원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랬더니, 깜짝 놀라셔서 두 분이 빛의 속도로 올라오셨습니다.

냄새를 추적해보니 옆집 문에서 숭숭 새어나오는 겁니다.

관리사무소 직원분들은 이거 큰일났다 싶었는지 얼굴이 사색이 되어 그집 문을 세게 두드리고 벨을 계속 누르는데도 무반응입니다. 직원들은 옆집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단호하게 "아뇨, 그 집에 사람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왜냐면 복도에서 저희 가족이 이상하다고 시끌시끌할 때에, 보조키 잠그는 소리가 '딸깍' 하고 났거든요. 저희 가족이 단체로 외출하거나, 저희 집에 손님이 오셔서 잠깐 복도에 나와서 대화하면 벌써 보조키 잠그는 소리가 나서, 손님들이 많이 의아해하거든요.
위에 언급했듯이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습니다.


과거 일을 좀 꺼내자면...

역병 창궐 이전에 택배기사님들 사이에서 유명한 집이었습니다. 생물 시켜놓고 문을 안 열어줘서... 저희집 벨을 누르고, 저희한테 "좀 맡겨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사정하기 일쑤였습니다. "저희도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는데, 저희가 어떻게 맡아드려요...ㅠㅠ 죄송해요"라고 말한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올해 초에... 그집 바로 아랫층 천장에서 누수가 심각하여 수리를 요청하려고 아랫집 거주자랑 관리사무소 직원이 3주가 넘게 수시로 벨을 누르고, 퇴근시간쯤 맞춰서 올라가서도 벨을 누르고, 관리사무소에서는 입주시 받은 폰 연락처로 수십 차례 전화했지만 다 안 받아서... 결국 300만원 정도면 보상까지 해서 수리가 끝날 거를 지연시키는 바람에 몇 개월만에 수리해서 500만원대가 나왔다는 거는 그집 빼고 모든 주민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직원 한 분은 계속 벨을 누르고 문을 세게 두드리고, 다른 한 분은 관리사무실에 입주자 폰번호 찾으러 내려가셨습니다. 결국 직원분이 포기하고 119에 그냥 신고하셨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집안에서 탄내가 나온다고요.

 

5분 뒤 119 소방차 한 대가 단지에 진입하고,
소방관 세 분이 17층에 내려서 걸어서 올라오셨습니다. 방화복+방화헬멧+산소통 풀 장착에 강제로 문 여는 장비(노루발못뽑이(빠루) 등등) 다 갖추고요.

장비를 들이대는 순간, 옆집 문이 열리더니 주인남자가 나옵니다.(50대 후반 추정)

"남의집 문을 왜 그렇게 심하게 두드려? 이거 뭐하는 짓들이야!"-_-;;

관리사무소 기사님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도 말을 끊고 계속 고래고래 소리지릅니다.

"어디갔다 어젯밤에 늦게 들어와서 피곤했고, 모기향 켜놓고 잔 게 무슨 잘못인데?" 그냥 반말입니다.

이게 무슨 모기향 냄새냐고, 이렇게 냄새가 심해서 신고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잠을 자냐고 반문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소방관들이 진입해서 확인하겠다고 하니, 이놈이... 앞을 딱 막더니

"아, 기분나빠서 당신들 못 들이겠으니까 돌아가요!"

소방관 세 분이 버럭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아저씨, 저희는 가라고 하면 가긴 하는데, 만약 갔다가 실화였으면 책임이 누구한테 오겠어요? 저희는 공무집행이니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아저씨 밀치고 현관에 진입하는 순간, 주인여자(40대 후반 추정)가 나오더니 비명을 지르고 현관 중문을 쾅쾅 닫아제끼고 지랄 난리를 칩니다.

결국 119 철수.

 

관리사무소 직원분이, 다른 사람들한테 이렇게 피해주셨으면 사과 한 마디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했더니,

"내가 왜? 내가 내 집에서 모기향 켜는 것도 사과해야돼? 그리고 할 말 있으면 이런 식으로 하지 말고 핸드폰으로 전화해!" 하면서 문 쾅 닫고 들어가 버렸습니다.

어머니는 그 와중에 17층 내려가서 문 다 두드리면서 불난 거 같으니 대피준비하라고 연락하고 올라오시고...

저는 그 못 볼 꼴을 다 지켜봤습니다.
욕이 막 목까지 차오르는데 정말... 진상에 가관이더군요.

나중에 12층에 사는 분도 만났는데, 소방차가 우리 동 앞에 서 있고, 소방관 3명 풀장착으로 진입해서 부랴부랴 대피준비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냄새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기향이 아니라 벌레잡는 훈증살충제 향이었습니다. 저거 켜놓고 집안에 있으면 위험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세 식구가 모두 대인기피증이니... 뭐 밖에 안 나올만도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진짜 죽을 수 있는 상황인데 저걸 켜놓고 잠잤다는 게 이해가 안 가더군요.(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말 무서운 생각까지 했습니다)

어쨌든 관리사무소 직원분들이 저희 때문에 욕받이가 된 상황이라...음료수 사들고 죄송하다고 인사드리러 갔더니,

관리사무소에 폰번호 찾으러 내려간 직원분이..... 폰번호 2개는 찾았는데, 하나는 꺼져 있고, 하나는 10통을 넘게 했는데도 전화를 안 받아서 난감했다고 하더라고요.(결국 최초 신고자인 어머니 폰으로 연락해서 제가 대신 중계해 드림) 그래놓고 핸드폰으로 연락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저희한테 하소연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저흰 당연히 신고 잘하신 거고, 아무 잘못도 없으시니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하실 이유는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별일 없이 끝나서 다행인데, 어차피 신고자는 우리집이고...(아파트 구조상 승강기 양쪽에 1가구씩 있는 구조)

또다시 눈에 불을 켜고 복수전을 벌일텐데...

이제 확실히 셋 다 정신병자(?)라는 것을 알았으니...ㅠㅠ(그래도 주인남자는 정상인에 준하는 줄 알았음...)
오늘 가정용 CCTV 달기로 우리 가족이 협의했습니다.(ADT캡스홈 도어가드) 신청해서 문에 달기로 했습니다.ㅠㅠ 저희 동에 두 가구가 그거를 신청해서 달았더라고요. 월 18,750원이라는데, 그거 써야 좀 안심이 되겠더라고요. 뭔 짓을 할지 모르는 종자들이라는 거를 이제 잘 알았습니다. 7,8년을 같은 승강기 썼는데 옆집이 무서워지기는 처음입니다.

어휴...별... 저런 상또라이들은 처음 봅니다.


[내용추가]
오늘 새벽 06시경 어머니가 운동나가시는데,
그집 남자를 승강기 앞에서 만났다 합니다. 다행히 무서운 생각은 빗나갔네요. 출근복장이었다 하네요.

관리실에 신고했다고 어머니한테 엄청 뭐라 하더랍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직접 벨을 눌러서 얘기하면 될 거를 아무것도 모르는 관리실에 신고했다고 뭐라 했다네요.

또한 어제 복도에 나왔을 때에 아무 냄새도 안 났는데 무슨 신고를 했냐고 그러더랍니다. 관리실 직원분들까지 총 4명이 냄새를 맡았는데, 그놈 콧구멍은 아무래도 장식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벨 눌러서 말할 거 같으면 벌써 했죠...
그러면 관리실 직원이 벨 누를 때 왜 안 열었는지 이해가 정말 안 가네요.

단지 내에서 벨 눌러도 문 안열어주기로 유명한 거를 당사자만 모르시더라고요.

새벽에 운동나갔다 돌아오시는 길에 주민들 만났는데... 사이렌도 안 울리고 소방차 진입했는데, 많은 주민들이 다 알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그집의 만행"을 다 얘기하셨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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