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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이야기4

DS2WGV 2008. 1. 14. 00:05
ㄱ이야기4

1월 2일 아침.
ㄱ에게 다른 일이 떨어졌다. 일본 출장이 잡힌 것이다. 그것도 1월 4일에 말이다.
1월 4일부터 1월 8일까지.

ㄱ은 팀장에게 개인 사정으로 좀 어렵다고 했다.
팀장과 ㄱ은 나름대로 친했던지라 사유를 묻게 되고, ㄱ은 사실 이러저러하여 안 된다는 사실을 팀장에게 이야기했다. 나름대로 고민이었던 셈이다.
팀장도 고민했다. 세상의 인연이라는 게 쉽게 엮이지 않는다는 것을 팀장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팀장의 말은 이랬다.
'세상의 인연도 중요하지만 출장도 회사 업무의 연속이다. 내 생각에는 회사에 있다면 업무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 같다고 본다'
ㄱ의 생각도 그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고 ㅅ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ㄱ은 결국 ㅅ에게 전화를 한다.
회사일로 급하게 해외 출장을 가게 되었다고. 이사를 모시고 가게 되어서 본의 아니게 약속을 어기게 되었다고.
ㄱ이 느끼기에 ㅅ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회사에 매인 몸인데.

- 일본 -
1월 4일 저녁.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ㄱ은 가족들이 주문한 물건을 찾았다. 그 안에는 ㅅ에게 주려고 산 선물-스왈로브스키 목걸이-도 하나 있었다. 한 번 만났는데 무슨 선물이냐고. 솔직히 서로가 부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산 선물이다.

1월 6일 밤.
ㄱ은 업무 때문에 임대로밍한 휴대폰으로 ㅅ에게 전화를 걸었다.
ㅅ은 발신자 번호가 안 떠서 받을까 말까 망설였다고 했다.
ㄱ은 그냥 보고 싶어서 걸었던 것이다. ㄱ은, 한 번 밖에 안 만났는데 보고 싶다는 것도 참 웃긴 일이라고 생각했다. ㄱ은 단지 마음 가는 대로 했던 것이다.

- 한국 -
1월 7일 밤.
우라질놈의 짙은 안개로 인해 다이하드에서 비행기 비상착륙하듯이 비상착륙을 시도, 성공했다.
안개 때문에 내리지도 못하다가 결국에는 1월 8일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1월 10일
1월 9일까지 일폭탄에 감사로 인해 ㄱ은 ㅅ에게 전화를 하고 싶어도 못했다.
1월 10일, ㄱ은 ㅅ에게 전화를 한다. 간만에 일찍 퇴근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ㄱ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사실 그 주에 만나는 것은 어려웠다. ㅅ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는데, 1월 11일이 발표였던 것이다. ㄱ은 그저 단지 ㅅ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을 뿐이다.

ㅅ이 전화를 받았다.
ㅅ은 밖에 있으니 길게 통화는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따가 집에 들어가서 연락하겠노라고 했다.
ㄱ은 출장의 피로와 일폭탄 때문에 누적된 피로로 인해 전화를 기다리다 못해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전화를 기다리느라 쏟아지는 졸음을 참고 있었다. 잠자리에 누운 지 5분이 안 되어, 드디어 전화가 왔다.
22:21 ㅅ의 전화다. 인사 대충 하고, ㄱ은 물었다. '떨리지 않으세요?'(1월 11일 0시에 인터넷으로 합격자가 공개된다) ㅅ은 괜찮다고. 신경써 줘서 고맙다고 했다. ㄱ은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늘 그래왔듯이 버벅댔다. ㄱ은 ㅅ을 만나고 싶었다. 주말에 만날 날을 잡아볼까 했는데, ㅅ은 말했다. 시험에 붙던 떨어지던 간에 이번 주는 가족들과 함께 해야 할 것 같다고. 맞다. 그것도 맞는 얘기다. 다음 주에 연락하자고 했다.

1월 11일
ㄱ이 본 시험도 아닌데 ㄱ은 하루 종일 떨렸다. 다른 사람이 합격자 조회를 못하기 때문이다.(주민번호 입력 조회) ㄱ은 업무를 보다가 낮에 조금 한가해지자 여기저기 뒤져 보기 시작했다. 마침 중앙일간지 누리집에 합격자 명단이 떴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검색을 했지만, ㅅ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두 번, 세 번 찾아봤지만 ㅅ의 이름은 없었다.
아아.
떨어졌구나. 이를 어째.
2차 시험에 떨어지면 거의 폐인모드가 된다는 것을 아는 ㄱ으로서는 ㅅ이 많이 걱정스러웠다.
합격 여부를 문자로 알려주겠다던 ㅅ의 연락은 없었다. 그래.. 연락할 겨를이 없겠지.

저녁.
ㄱ은 같이 일본 출장을 갔다 온 사람들끼리 조촐하게 모임을 가졌다. 2차로 찻집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날따라 찻집에서 흘러나오는 발라드풍 음악이 왜 그리도 처량하던지.
ㄱ은 ㅅ에게 '화이팅! 힘내셈~'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ㄱ은 마치 자신이 시험에 떨어지기라도 한 듯 기분이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 5분쯤 있었을까. ㄱ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한 통 왔다. 평소와 다름없이 광고문자겠거니 하고 열어 보았는데, ㅅ으로부터 답장이 와 있었다.

ㅋㅋ 붙었답니다
감사^.^


붙었단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ㄱ은 기뻤다. 행복했다.(행복이 대체 뭘까?)
ㄱ은 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냈다.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마도 친구들과 있겠지.
ㄱ은 진심으로 축하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도 좋을까.
ㄱ은,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이제 당분간은 자주 못 만나겠구나 라는 생각 때문에. 이제 ㅅ은 30일 정도 직무연수에 들어간다. 다음 주에 만나자고 했지만 그때면 직무연수중이겠지. 못 만나네. 그리고 ㄱ은 ㅅ을 만남에 있어 좀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바보같다는 것이라는 것을 누가 봐도 다 아는 것이지만, ㄱ은 그랬다.
ㄱ은 연봉 2천만원짜리 무기계약직 회사원.
ㅅ은 (연봉이 어찌됐던) 정규직 공무원.


ㄱ의 마음속에서는 자꾸 이런 비교감이 들었다. ㄱ은 ㅅ에게 범접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한 번밖에 안 만났는데 ㄱ에게는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ㅅ은 분명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만남을 주선해 주셔서, 자꾸 물어보니까 부담이 가서 그럴까.
나이가 이제 심히 차서 빨리 가야된다는 심적 부담이 가중되어서 그럴까.

ㄱ은 힘들어서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ㄱ의 친구들은 그랬다.
'나이 삼십 대 중반에 한 번에 마음이 가는 사람이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나머지는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어. 잘 해 보라고.'

ㄱ은 새로운 고민 속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고민의 나락 속으로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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