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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이야기3

DS2WGV 2008. 1. 3. 00:10
ㄱ이야기3
ㄱ은 ㅅ을 만나고 돌아온 이후부터, 뭔가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심정이 교차함을 느끼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 가슴이 저며 오는 느낌… 등등.

ㄱ은 참 행복했다. 30대 중반에 그런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에.
하지만 ㄱ은 내심 불안했다. 이 좋은 감정을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 지 막막했고, 예전에 실패한 기억들이 생각나면서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2월 29일은 금방 갔다.
서울 도심으로의 운전이 처음이었던 탓일까. 금방 피로가 몰려와 ㄱ은 잠자리에 들었다.
ㄱ의 잠자리는 정말 오래간만에 행복하고 포근했다.

12월 30일.
ㄱ은 마치 아주 오랜 기간 잠들어 있다가 햇살을 받고 깨어난 사람같은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고, 모든 것이 평온해 보임을 느꼈다. ㄱ이 평소 때에 느끼던 휴일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그저 행복했다.
아침을 먹고 가족들이 모두 나간 집을 지키면서 ㄱ은 다시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콩당콩당 뛰는 심장소리가 ㄱ의 귀에 들렸다.

바로 연락을 할까, 아냐, 너무 빠르지 않은가.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해도 돼.
아니야. 지금 연락해. 마음 가는 대로 해야지.
아니야. 조금 시간을 두고 보자고.
아니야. 연락해.
연락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보고싶다고? 이제 하루도 채 안 지났는데 그런 말이 입밖에 나오냐? 그런데 좋은 걸 어떡해.
아냐, 좀 더 신중해야 돼.
휴우…
만사가 고민이다.

ㄱ은 고민을 떨쳐버리려고 텔레비전을 켰다.
OCN에서 마침 CSI가 방영된다. CSI Mania인 ㄱ은 유심히 들여다 봤다. CSI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축에 드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도통 재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속은 복잡했다.

결국 컴퓨터를 켰다.
요즘 한참 빠져 있는 Test Drive Unlimited를 실행하려고 트랙볼로 커서를 갖다 대었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다. TDU가 기분 푸는 드라이브로는 최고인데 그게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이다.
그럼 워드봉사나 계속 할까? ㄱ은 요즘 자원봉사로 입력하는 책을 폈지만 그것도 탐탁치 않았다.
그래, 맞고나 치자.
ㄱ은 1시간 동안 자그마치 5천만원을 잃었다. ㄱ은 정신이 딴 데에 팔려 있었던 것이다.

ㄱ은 하루 종일 정신이 나가 있었다.
하루가 1년처럼 느껴졌다. ㄱ에게 있어 그렇게 긴 일요일은 처음이었다.

ㄱ은 밤에 송년회를 나갔다. 대부분 동네 후배들이었던지라 ㄱ의 만남 이야기가 나왔고, 아직도 연락하지 못했다는 말에 동네 선, 후배들은 얼른 연락하라고. 마음에 들면 마음 가는 대로 해야 한다고 ㄱ을 설득했다. 아니, 설득이라기보다는 ㄱ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해 주는 것이라 보는게 낫겠다.

ㄱ은 큰맘먹고 ㅅ에게 문자를 보냈다.
보고 싶으니 12월 31일에 만납시다.라는 내용으로.
ㄱ은 문자를 전송한 직후부터 입 안이 바싹바싹 타 들어갔고, 술도 넘어가지 않았으며, 조금 전에 먹은 저녁 식사까지도 명치 끝에 꼭 막혀서 답답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연말이니까. 폭주할 수 있겠지. 다시 한 번 보내 보자.
ㄱ은 동네 선, 후배들이 격려하는 마음을 받으며 문자를 재전송했다.
10분 뒤.
왔다.
12월 31일은 선약이 있으니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만나자고 ㅅ에게서 문자가 왔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ㄱ은 얼른 전화를 했다. 문자 전송보다 그게 더 빠르니까.
시간을 잡았다.
2008년 1월 4일.
ㅅ을 다시 만나게 됐다. ㄱ은 전화통화를 하고 마음 속에 있던 말을 내뱉으니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

ㄱ에게는 하루가 1년처럼 느껴진 날이었다.
2008년 1월 4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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