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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동호회 탈퇴와 관련한 짧은 생각

DS2WGV 2005. 4. 2. 00:54
동호회를 탈퇴했다.
6년이나 몸담고 있던 동호회를.
일반회원으로 들어가 지역운영진, 정회원, 중앙운영진 No.2까지 해봤다.
뭐,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할때는, 이젠 지겨워서 나간다고 했는데, 그건 부차적인 문제고.
나에게 조언을 준 한 회원 덕분이다.

나보다 두 살 많다. 재작년에 자신보다 일곱 살 적은 남자와 결혼을 해서 강원도 춘천에서 아들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나는 그 누나와 함께 이 동호회 강원지역 창단 회원이다.
처음에, 모임 나가면 그냥 잘 챙겨주더라. 동생같아서 그랬나보다 싶었다. 그 누나도 자취중인 회사원이었고, 나도 자취중인 회사원이었다. 성탄절 선물을 줘도 다른 사람들은 정기모임 때 그냥 나눠주는 식으로 끝났는데 나는 따로 불러서 시 외곽의 조용한 찻집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주곤 했다.
(나는 다 그렇게 주는 줄 알고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일곱 살 아래 회원이랑 사귄다는 얘기가 돌았다.
게시판에 사귄다는 식의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그냥, 잘됐다 싶었다.
..
2003년 1월 어느 날.. 둘이 결혼을 한다 했다.
2003년 3월 결혼식 전날 밤..
호프집에서 큰 방을 빌려 같이 놀다가 다들 화장실을 가네, 전화걸러 가네 그러면서 나갔는데 우연히 그 누나와 나랑 둘만 남았다.
누나가 꼭 해 줄 말이 있다고 했다.

사실은.. 나를 좋아했었다고 한다.
몰랐다고 했더니, 그걸 몰랐냐고 반문한다.
좋아해서, 이리저리 잘 챙겨 줬는데 내가 반응이 없더란다.
사실 난 이성관계 쪽으로는 눈치가 없다. 더군다나 99년에 잠깐 이성교제를 하다가 헤어진 이후로는 아예 생각이 없었다. 그냥 팔자에 맡겼다.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일곱 살 아래 녀석이 자신에게 다가왔고, 잘 챙겨주고 이러다 보니 내 생각은 눈 녹듯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까지 왔지만, 이 말은 꼭 해 주어야 할 것 같았었는데, 기회가 생긴 것이다.

사람은,
틈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누나가 나에게 접근했지만, 나에게는 들어갈 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동호회질에 각종 취미-산악자전거, PC튜닝 등-에 빠져 살고 있었기 때문에 주말이고 뭐고 비는 시간은 모두 내 차지였다. 다른 사람에게 배려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만약 그때 내가 약간의 틈이라도 보였다면 자기는 나와 사귀었을 것이고, 결국 내일의 결혼식 자리에 내가 섰을 것이란다.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의외의 얘기였다.

내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공간 또는 틈을 꼭 남겨두라고 신신당부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느 분이 내가 좋다고 한다.
나는 지금 백수다.
나는 가진 것도 없고,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런데 뭘 보고 나한테 마음을 줬을까.
며칠을 고민했다.
지금도 틈이 없다.
공부에 HAM, 산악자전거, 동호회질..
그때 그 누나의 말이 생각났다. 틈을 주자. 빈틈.
마땅히 포기할 것이 없었다. 며칠간 우울해서 공부 하나도 못했다. 근 일주일간을.
그냥 하나를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동호회를 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탈퇴했다.
비밀방에 탈퇴했다고 글 남겼더니 친한 회원들이 전화가 온다. 왜 탈퇴했냐고.

동호회의 좋은 여러 사람이 끊어져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 하나 만날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다가온 그녀 때문에.

-_-; KTX야 도와줘.. 너무 멀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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